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이령 시인 / 비나리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11.

이령 시인 / 비나리

 

 

  먹물 같은 밤, 어둠이 호흡인 듯 마뜩하다

  피고 지는 꽃, 개맹이 선연한 밤하늘 별무리 진다

 

  하루치의 그늘을 거두기 위해

  별들은 자랑거리다 잠잠하다, 구름이 그림자를 가리면

  사라졌다 다시 뜨고 또 제 자리다

 

  문득 치미다 지워지다 그느르다

  갈피없이 불쑥이는 통점들

 

  구겨진 구름 언저리 쓰린 심박을 흩뿌리는 별 내음만으로는 나,

  가슴 멍울을 더는 바오 다독이지 못 하겠다

 

  더러는 기척도 없었을 날비 같은 것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면 꽃은 처음부터 피면 안 되는 것일지도 몰라

  바투 당길 수 없는 인연이라면

  꿈이었을까, 한 꼬리별 깜빡 시야에서 지고 있다

 

  너무 많은 눈물샘이 그렁그렁 몰려나와

  서로가 서로에게 젖고 있어도

  그 슬픔의 수위를 갱신하지 못할 때

  밤새 다 닿지 못할 별들의 개화만 그늘의 무게를 키울 때

  이 밤에 더 많은 다짐들이 또 피고 지겠다

 

  별꽃들이 내 울음을 제 등에 지고 가는 밤

  당신의 얼굴이 이슥토록 흐드러진다

 

계간 『동리목월』 2019년 가을호 발표

 

 


 

이령 시인

경북 경주에서 출생. 2013년 《시사사》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 2015년 한중작가 공동시집 『망각을 거부하며』출간. 시집으로 『시인하다』가 있음. 현재 웹진 『시인광장』 부주간. 동리목월기념사업회 이사. 문학동인Volume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