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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태수 시인 / 우리들의 샹그릴라 191
피어남을 겁내지 않는다.* 꺾어지고 찢어지고 뭉개지는 광경들은 꽃을 거스르지 못하는 과정이다. 완벽하게 파멸할 수 있는 에너지. 안타까움에도 한눈팔지 못하는 외길. 꽃 가는 길에 저항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태풍으로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은 꽃이 눈길 끄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몸이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사유가 된다. 피어나는 것이 몸이기에 깨지고 무너지고 쭈글쭈글한 거죽으로 가도 물러서는 법 절대 없다. 피어나지 않는 시기가 없으니 몸은 소멸을 겁내지 않는다. 멸망케 하는 힘이 존재의 꽃이다. 피어나는 것은 겁나는 것이 없다.
*凋殘不求 發洩不畏(앙상함을 추구하지 않고 피어남을 겁내지 않는다― 하영휘 옮김)
계간 『예술가』 2019년 여름호 발표
설태수 시인 / 우리들의 샹그릴라 152
가죽장갑 손목에 손톱 크기의 금속이 장식되어 있다. 밋밋해 보이는 장갑에 포인트 역할. 하늘에 까치 매 독수리의 날개마다 다른 무늬. 동료 아닌 것들과의 식별용으로만 쓰일까. 그들의 포인트로 허공을 칼 긋듯이 쓰윽 쓰윽 쓰윽 쓰윽, 멀리 있는 별일수록 더 빨리 멀어진다.* 결코 진리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일까. 진리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가. 포인트인 당신과 나 두두물물. 빅뱅 이후 138억 년이 후딱,**** 현재가 포인트로 반짝거린다. 포인트 없으면 138억 년이 밋밋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苦가 生을 가만두지 못하는 것이다.
*박찬일, <시대정신과 인문비평> 74쪽. **, ***니체의 진술. (같은책 62쪽). ****138억 년의 첫 번째 의의는 138억 년이 후다닥(?) 지나갔다는 점.(박찬일, 같은책 78쪽) 참조.
계간 『예술가』 2019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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