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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봉 시인 / 시답잖은/시답지 않은 ㅡ 구멍
밤나무 그늘 아래로 120명의 여자가 지나간다, 120분 동안 120명의 여자를 본다,
기억의 끝은 휘어진 골목으로 사라진다, 어려운 일이지만 참아보려고 노력하는데 하늘은 늘 푸른 것도 아니다,
발밑에 난 구멍을 본다, 수많은 구멍을 본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구멍들, 부지런히 구멍을 드나드는 개미들을 본다,
구멍으로 쏟아지는 빗줄기, 차고 넘치는 빗물,
살아갈 날보다 지난날이 더 생각나는 요즈음, 구멍 안에 있자니 죽을 것 같고 구멍 밖에 있자니 미칠 것 같아 서둘러 구멍을 지운다,
계간『시와 세계』2019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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