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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라 시인 / 살바도르 달리를 뒤로한 채
현수막을 찾으러 거래처로 가는 길목 을지로3가역 9번 출구 노숙중인 달리를 만난다
깊이 팬 주름은 이미 세상을 점령한 채 계단을 걸쳐 늘어진 배꼽시계는 멈추었는지 미동이 없다 어쩌다 저리 되었을까 의문을 털며 걸음을 재촉한다 한참을 가다 돌아봐도 그는 희미한 기억의 영속에 갇혀있다 배고픔으로 질식 중인 그에게 빵을 사주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살바도르 달리는 시계를 나뭇가지에 걸거나 계단에 늘어뜨려 세상을 연장시켜보려 하지만 노숙자는 시계를 빨리 돌려 삶을 정지시켜보고 싶었을 터 노숙자에게도 바다로 향한 꿈이 있었을까 망망대해에서 돌아온 그가 언덕에 누워있다
개인주의 타성에 젖은 내 발걸음은 이미 지하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9번 출구에 우리의 자화상을 걸쳐놓고 전철을 탄다 내 안에서는 속물근성에 테러를 가한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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