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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인 시인 / 데자뷰
제본되지 않은 시간이 있어요 낱장으로 날리는 시간은 내용증명처럼 고개를 갸웃거리게 해요 구천을 떠돌던 줄거리가 발신지도 없이 우송되었을 때 이 생은 표절이었음을 알았어요 수채화로 그려진 삽화처럼 중첩된 시간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순간, 내 것이 아니면서 내것이었어요 페이지에 묶인 나는 빠진 번호 없이 유려한 얼굴로 흘러가고 있는데 누가 나의 문체로 나를 흘려 쓰고 있을까요 투명한 글씨로 한 장 한 장 나를 필사하고 있는 거긴 어디일까요
기억 속을 헤집으며 걸어가고 있는 발자국이 절취선처럼 시간을 횡단하고 있어요
아득한 소실점으로 시작해서 점점이 멀어지고 있는 나는 장편인가요 단편인가요
격월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11년 3~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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