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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연숙 시인 / 몇 모금의 숨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20.

송연숙 시인 / 몇 모금의 숨

 

 

바람이 빠져

쭈글쭈글한 풍선을 보며

몇 모금의 숨을 생각한다.

부풀수록 가벼워지는 안쪽

안쪽으로 불어넣은 숨이 바깥으로

팽팽하게 부푸는 동안

입과 항문이 같은 곳이었다는 것을 알았을까

안인지 바깥인지 모를

풍선의 얇은 부피

바깥이 내 속에 들어와 부풀어 오르는 숨은

아- 너무 가벼워,

자꾸 떠올라 발을 띄운다.

입구를 잘 묶어두지 않으면

온몸을 털어내고 날아가기 일쑤다

방향도 도착점도 가늠할 수 없는 허공이

방정스럽기만 하다.

 

남의 숨이란 결국, 오래가지 못하는 법

숨이 숨을 막아 눈(雪)뭉치처럼 명치끝에 걸린다.

제 숨이 없는 헛배들의

헛헛한 결말

 

공기의 파동을 내 안으로 들이마신다.

누구나 다 하는 일이지만

결국, 누구나 못하게 되는

숨의 흰 날개들

숨이 끊어진 뒤에도

한동안 배가 부르던 망자는

온전히 굳은 저의 숨이 있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1월호 발표

 

 


 

송연숙 시인

2016년 월간 《시와 표현》 신인상으로 등단. 201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9년 《국민일보》 신춘문예 밀알상 당선. 시집으로 『측백나무 울타리』(시와표현, 2019)가 있음. 현재 『시와 표현』 편집장, 한국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