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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모 시인 / 오래된 중력이 앉다
중계동 척추교정원 밑 커피점엔 음악이 흐르다 힘없이 떨어진다 중력에 걸린 것일까 아내의 허리 치료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스마트폰에서 중력을 잠시 잊은 시를 꺼낸다
외투의 앞 단추가 풀려 의자들이 아주 편하게 보이는 겨울, 아내의 척추는 많이 휘었다고 한다 휘는 것이 정상이지 휜 나무가 근사하지 않은가 의자에 삐딱한 내 자세가 한 마디 하는 오후이다
중력과 척추의 만남을 떠올리며 허리의 굴곡에 대해 생각한다 시를 바리스타처럼 만들 수는 없을까 중력을 극복한 커피향이 실내를 떠돈다 꺼내 본 내 시의 중간 어디쯤인 요추 3번과 4번이 수상하다
오후의 커피는 사람들에게 중력을 잊게 한다 교정사의 말대로 서 있는 일보다 앉은 자세가 중요했다 바리스타는 한 잔의 기쁨을 만든다는 기세로 서 있다 음악은 다시 가벼워져 나비처럼 날고 어느새 들어 온 청춘들은 중력에 무관심하다
실연의 노래 가사에는 이별과 눈물 사이에 협착증세가 있다 이별하고 불탄 자국에서 커피 냄새가 난다 슬픔은 슬픔으로 어루만져야 하는데 내 노래에는 이별의 은유만 남아 슬픔은 커피처럼 쓰다
아내의 치료는 오래 걸리고 2인용 탁자 앞에 앉아 있는 오래된 중력을 본다 직립보행하다 잠시 앉아 있는 아내의 접혀진 외투를 본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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