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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규현 시인 / 걸레
무엇을 하는 지 모른 채 너덜거리며 지내고 사람이 시간을 죽인다고 하는데 말이 되나 하고 시간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맞겠지 하며 시간 탓을 한다 시간이 어디 있다고 하는 것은 구겨진 생각이고 빨아도 걸레라니 원본을 유지한다는 것이고 말로 하면 욕이라고는 하지만 걸레라고 하면 걸레가 되겠습니까 사용할 때는 고마운 것이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고 하고 춥던 겨울 아침 방문턱에 얼어붙은 걸레 오늘이 얼마나 추운 날인지 알려주었고 기름 먹인 장판지 방바닥 먼지를 닦아내어 반들거리게 하던 그러나 어느 샌가 엄마의 마른 가슴같이 되어버린 아버지 내복 바지였으나 결국은 부스러져 버려진 걸레 단 것보다는 쓴 것이 약이 된다는데 걸레가 아깝구나 입에 걸레를 물려줄까 걸레도 늙으면 힘이 든단다 어디 걸레라고 빨랫줄에 하얗게 날리고 싶지 않았겠는가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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