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순 시인 / 표류(表流)와 저류(底流)의 교차점 원제 : 표류(表流)와 저류(底流)의 교차점(交叉點)
비가 내린다 좌악 좍 내린다 내가 내린다 좌악 좍 내린다 비도 나도 아닌데 좌악 좍 내린다.
소리가 흐른다 좌알 좔 흐른다 내가 흐른다 좌알 좔 흐른다 소리가 내가 한결에 좔 좔 흐른다 소리도 나도 아닌데 좌알 좔 흐른다.
노래가 흐른다 촤알 촬 흐른다 내가 흐른다 촤알 촬 흐른다 노래가 내가 한결에 촬 촬 흐른다 노래도 나도 아닌데 촤알 촬 흐른다.
빛깔이 흐른다 무지개 빛깔이 솨 솨 흐른다 내가 흐른다 무지개 빛깔이 솨 솨 흐른다 빛깔이 내가 한결에 솨 솨 흐른다 빛깔도 나도 아닌데 솨 솨 흐른다.
빛이 내린다 솨알 솰 내린다 내가 내린다 솨알 솰 내린다 빛이 내가 한결에 솰 솰 내린다 빛도 나도 아닌데 솨알 솰 내린다.
파도(波濤)가 움직인다 출렁 출렁 움직인다 내가 움직인다 출렁 출렁 움직인다 파도(波濤)가 내가 한결에 출렁 출렁 움직인다 파도(波濤)도 나도 아닌데 출렁 출렁 움직인다.
침묵(沈黙)이 움직인다 넘실 넘실 움직여 돌아간다 내가 움직인다 넘실 넘실 움직여 돌아간다 침묵(沈黙)이 내가 한결에 넘실 넘실 구비쳐 돌아간다 침묵(沈黙)도 나도 아닌데 넘실 넘실 구비쳐 돌아간다.
공초오상순시선(空超吳相淳詩選), 자유문화사, 1963
오상순 시인 / 한 마리 벌레
나는 본시 단세포(單細胞) 아메바 지금은 육안(肉眼)에 보이지도 않는 지극(至極)히 미미(微微)한 한 마리의 벌레 ― 정충이다 고도(高度)의 현미경(顯微鏡)으로도 겨우 발견(發見)될둥말둥한 미생물(微生物)
그 얄궂은 미생물(微生物)의 수없는 분열(分裂)과 통일(統一)― 통일(統一)과 분열(分裂)― 그리고 또 분열(分裂)과 통일활동(統一活動)의 발전과정(發展過程)을 밟아 드디어 우주(宇宙)를 상징(象徵)한 완전한 조직체(組織體)를 구성(構成)하고 우주(宇宙)의 초점(焦點)인양 우주(宇宙)를 대표하는 우주(宇宙)의 주인공(主人公)으로서 그 놀라웁고 엄청난 총명(聰明)과 예지(叡智)와 의욕(意慾)은 구경(究竟) 우주(宇宙)의 단세포(單細胞)인 원자(原子)를 발견(發見)하고 그 원자(原子)를 파괴(破壞)하여 무(無)로 돌릴 수 있는 이법(理法)을 발명(發明)하고 재주를 부림으로서 두렵고 끔찍한 천재적(天才的) 마력(魔力)의 비밀(秘密)을 여지(餘地)없이 발휘(發揮)하고 폭로(暴露)하였거니 오! 한 마리 벌레의 절대(絶對)한 마력(魔力)이여! 오! 명일(明日)의 우주(宇宙)와 인류(人類)의 새로운 운명(運命)을 창조(創造)하고 개척(開拓)할 자(者) 그 누구이뇨 오! 역시(亦是)나 너 한 마리 벌레인저!
공초오상순시선(空超吳相淳詩選), 자유문화사,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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