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 시인 / 물너울
서 있는 자리가 바람이 되게 하고 물도 되고 달빛도 되게 하는 목 소 리. 물마루 달무리가 합쳐서 너울너울하다가 속삭이는 빛깔로 아무리 멀어도 안 에 서 목소리가 산다.
물너울, 창작과비평사, 1985
고원 시인 / 물방울
먼 길 가다 가다 물을 비우고 세상 비우고 울어 울어 눈물 가득해지면 다시 비고 ○ ○ ○ ○ ○ ○ 방울에서 이응 받침 리을 받침 훌훌 다 떼내버리면 방울은 뚝뚝 떨어지는 바우로구나. 그러면 물방울은 바위가 돼서 밀물에도 서는구나.
다시 만날 때, 범우사, 1993
고원 시인 / 바람꽃
봄은 다만 기다림 속에 흩어지는 계절.
마음의 진동이 먼저 있어 또 세찬 바람은 일고. 기억 저쪽 산마루에 부옇게 바람꽃이 핀다. 꽃보다 고운 바람길에 아득한 거리감이 물결친다.
바람꽃은 꽃을 잉태한 바람의 가쁜 숨결.
달이 풍기고 간 체취가 구름에 묻어 아롱질 때 구름은 속절없이 나비의 날개를 덮고. 나비는 젖은 꽃가루에 인종(忍從)의 불을 지펴 본다.
기다림 속에 이미 흩어진 계절이라는데, 나비야, 숫제 이제 꽃밭보다 바다로 가라.
꽃을 잉태한 바람의 가쁜 숨결도 지금은 산을 넘어 천천히 바다로 간다.
눈으로 약속한 시간에, 정신사,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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