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경 시인 / 태권도 실력 참 엄한 데 쓰구 있쓔
니는 어릴 적부터 태권도를 잘허니께 을지문덕 겉은 장수가 될 거라구 아부지두 참 속없이 좋아허시드니만 태권도 실력 참 엄한 데 쓰게 됐쓔. 논산훈련소서 재수 옶게 전경으로 뽑히드니만 팔자에 없넌 서울 귀경에다 대학 못 간 거 섭섭헐 거라구 대학 귀경꺼지 시켜 주네유. 매일겉이 대학 부근을 지키거나 데모허넌 날은 종로 바닥을 지키거나 혀유. 아부지헌테 청바지 못 얻어 입은 거 워츠키 알았는지 청바지 청조끼루 위 아래 쪽 빼구 오토바이 타구 싶어 안달혔던 거 워츠키 알았는지 백바가지꺼지 턱 주대유. 그리구는 쇠파이프를 주믄서 용감헌 장수처럼 데모대를 향해 돌진허라는 거여유. 안 그러믄 얻어터지구 악에 받치니께 재정신이 아니게 데모대를 향해 돌진허기넌 허는디 아무래두 을지문덕허구는 거리가 먼 거 같어유. 이 길루 쭉 나가믄 일본눔덜 장수나 미국눔덜 장수가 되믄 되얐지 을지문덕 겉은 장수가 될 수 있겄쓔. 밤늦게 광화문통을 지키구 서 있을려믄 공연히 쭈삣쭈삣해유. 이순신 장군 동상이 지를 내려다보믄서 "이눔아 오랑캐를 쳐 죽여두 시원찮은디 부모형제헌티 쇠파이프를 내려쳐?!" 불호령이라두 헐 것 같어유. 지넌 속으루 그러지유. "아녀유. 지가 하구 싶어서 그러는 게 아녀유. 장군님두 이 복잡한 시상에 태어났으믄 거기 서 계신 건 고사하구 지처럼 백골단이 되얐을지두 몰러유. 지두 이 쇠파이프루 오랑캐덜 대가리를, 그리고 그 밑에 그 자식덜 대가리를 단매에 부서뜨리구 싶은디 참 시상 드럽게 만났시유." 아부지 아무래두 이눔에 시상이 오랑캐덜 시상인 거 같아유.
[고 노무현 대통령 노제 추모시] 김진경 시인 / 당신의 아름다운 사랑은 왜 이렇게 말해질 수밖에 없었는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상식 그 국민에 못 배우고 힘없는 이들도 당연히 포함된다는 상식 그 작고 아름다운 상식이 왜 이렇게 말해질 수밖에 없는가?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상식 물러나면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상식 그 작고 아름다운 상식이 왜 이렇게 말해질 수밖에 없는가?
법이 모든 국민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상식 법이 파당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선 안 된다는 상식 그 작고 아름다운 상식이 왜 이렇게 말해질 수밖에 없는가?
당신은 늘 불편한 노무현이었습니다. 그 작고 아름다운 상식을 당신 자신과 우리들에게 가혹할 정도로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늘 외로운 노무현이었습니다. 그 작고 아름다운 상식을 편리함을 위해 너무도 쉽게 저버리는 우리들 속에서 당신은 늘 바보 노무현이었습니다.
당신의 존재는 운명적으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상식 그 국민에 못 배우고 힘없는 이들도 당연히 포함된다는 상식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늘 두려운 노무현이었습니다.
잘 나고 힘 있는 소수가 사실상 모든 걸 결정하고 이끌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늘 당신의 존재를 두려워했습니다. 당신의 존재 자체를 지우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 작고 하찮은 상식을 끝까지 품고 가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는 거라고 헛된 희망은 품지 말라고 뙤약볕에 밀짚모자를 쓰고 환하게 웃는 평범한 농부 노무현의 모습마저 지우려 했습니다. 아, 그리고 당신을 불편해하는 우리들의 침묵이 마침내 당신을 벼랑 끝에 세우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대한민국을 너무도 깊이 사랑했으므로 칼날이 되어 들어오는 법의 이름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칼날 앞에서 그 작고 아름다운 상식을 말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하여 당신에게 죽음뿐이었습니다. 여기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하여 당신에게 죽음뿐이었습니다.
아, 늘 불편한 노무현! 나태해지는 우리의 어깨를 두드리는 죽비소리로 다시 살아오소서.
아, 늘 외로운 노무현! 그 작고 아름다운 상식을 위한 싸움이야말로 가장 외롭고 힘든 싸움이라고 우리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따뜻한 손길로 다시 살아오소서.
아, 바보 노무현! 그 작고 아름다운 상식이 꽃피는 나라로 다시 살아오소서. 우리들이 반드시 이룰 터이니 그 아름다운 나라로 다시 오소서.
아, 당신의 아름다운 사랑은 정말 이렇게 죽음으로 말해질 수밖에 없었는가!
|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종해 시인 / 항해일지 23 외 2편 (0) | 2020.03.13 |
|---|---|
| 김준태 시인 / 쟁기질 외 4편 (0) | 2020.03.13 |
| 황금찬 시인 / 피리를 불면 외 2편 (0) | 2020.03.12 |
| 배수연 시인 / 쥐와 굴 (0) | 2020.03.12 |
| 이필 시인 / 이주여성 잔혹 살해사 (0) | 2020.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