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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혜 시인 / 사랑굿 6
제가 저를 괴롭히는 마음이라는 것 목도 조이고 혀도 되어서 죄의 큰 그물을 엮어 뿌리를 먼저 삭게 한다
자르고 베어도 잊힐 리야 없을 그대 향한 나의 마음 어둠인 듯 감추었다가 흔들림 없게 크게 빛내이고 싶다
태울 듯 불 붙을 듯 멍에 멘 마음에 그대 넘나들지 마시고 더러 생각나거들랑 가다가 멈추어 서서 못 잊는 내 허물 탓하지나 마시라
사랑굿 1, 문학세계사, 1985
김초혜 시인 / 사랑굿 21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 쓰러지고 다시 네 앞에 일어나 쓰러지고 불시에 불구가 되어 눈물이사 그대 내 살 속에 풀어 놓은 징벌
우리 목숨의 분량은 얼마나 남았나 건강한 매무새로 모두 퍼낸 다음 떠밀리는 물결이 아니게 꽃배를 타고 싶다
다감(多感)을 사루어 버린 지금은 작별의 때 새롭게 감기는 밧줄을 끊고 출항을 하련다
떠나 보내며 어쩌면 외로울지 모르는 나의 그대여 날으는 새가 되어 그때 만나자.
사랑굿 1, 문학세계사, 1985
김초혜 시인 / 사랑굿 25
너와 내가 합쳐져 하나의 별이 되자 아무도 못 보게 억만 광년 빛으로 반짝거림이 되자
입이 메어지도록 고통이 들어차도 변덕부림 없이 나뉘인 육신을 서로 잡아주자
제일로 가까운 첫번째의 별에 집을 짓고 맹목을 심어 태양도 여기에선 쉬어가게 하자
아무 것도 모르는 무재주를 사랑하며 차 있으나 넘쳐 흐르지 않는 순한 불이 되자.
사랑굿 1, 문학세계사, 1985
김초혜 시인 / 사랑굿 30
바다는 비를 다시 받아들여도 넘치지 않고 흙은 물을 마시어도 물이 아니어듯 눈 먼 영혼을 가진 그대여 나의 헌납을 속박없이 받으시라
나의 오감(五感)은 그대에게 가는 빛을 막지 못하고 수렁에 빠져도 새롭게 접목되며 너로 가득 차고 싶다 무엇으로 바꾸지 않을 나의 오욕을 아름답게 견뎌내며 묶인 채 자전(自轉)하리라.
사랑굿 1, 문학세계사, 1985
김초혜 시인 / 사랑굿 31
멀어서 있는 그대 그대는 시작이고 끝이다 끝과 시작은 언제나 내게 머물러 일어서게 하고 허물어지게 하고 그대 나를 위해 울어준다면 해도 지지 않고 달도 뜨지 않는다 눈[目]도 아니고 혀도 아닌 너의 암시는 네게 악성(惡性)만 자라게 해 하루에 밤을 두번 있게 한다 새벽이 두번 있는 하루를 기다리며 사랑 없이 사랑하리라
사랑굿 1, 문학세계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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