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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초혜 시인 / 사랑굿 53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3. 14.

김초혜 시인 / 사랑굿  53

 

 

그대 있기에

이 봄을

버릴 수가 없으니

꽃도 아파라

 

살이 아파하는 소리

뼈가 못 들은 채

이대도록 한나절

갈피를 못잡고

 

나 못 들은 채

그대 못 들은 채

눈물도 가두고

기쁨도 가두고

 

잊어버리자

허리 꺾어

내려 누르는

이 머언 뜻을.

 

사랑굿 2, 문학세계사, 1986

 

 


 

 

김초혜 시인 / 사랑굿  96

 

 

봄이 올 때는

봄의 마음으로

되돌아가게 하고

 

겨울이 오면

겨울로

데려다 놓는

그대

 

땅을 벗어나

살 수 없듯

그대 눈에

하늘을

두르고 있는 한

 

해가 지지 않아도

해가 뜨지 않아도

그대는

나의

고요한 중심.

 

사랑굿 2, 문학세계사, 1986

 

 


 

 

김초혜 시인 / 사랑굿 108

 

 

나를

고집하여

생긴

병입니다

 

그림자만 걷는

이 길은

멀어

끝없는 길입니다

 

뜻하는 길로

가지지도 않고

가로 질러

갈 수 없는

 

얼굴이

자신에게

안 보이는

길입니다.

 

사랑굿3, 한국문학사, 1986

 

 


 

 

김초혜 시인 / 사랑굿 109

 

 

그대와 내게

괴로움이 없다면

어디에

마음을

기댈 수 있나

 

괴롬에

깊이 머물면

성내는 마음

견뎌지고

무엇이나 빛이 되리

 

비록

괴로움의 끝에

설 수 있다 해도

기쁨을

두려워

꺼릴 줄 아는

몽매함

가졌어라.

 

사랑굿 3, 한국문학사, 1988

 

 


 

 

김초혜 시인 / 사랑굿 111

 

 

그곳이 어디든

무심한 곳으로

나는 가고 싶네

 

세상살이로

흐려진 눈

밀어 버리고

 

혼자서 무어라

지껄인대도

둘어 줄 이 없는

적막에 싸여

 

그대를

조금씩 단념하면서

적막을 보태어

살다가 보면

설움도 나를

놓아주리니

 

사랑굿3, 한국문학사, 1986

 

 


 

김초혜 시인 ((金初蕙) 1943 ~ )

소설가 조정래씨의 부인으로 1943년 9월 4일, 서울 출생. 청주여고.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4년 현대문학 '길' 등단. 2008 제20회 정지용문학상. 1985 제18회 한국시인협회상. 1984 제21회 한국문학상 수상. 한국현대시박물관 관장. 한국여류문학회 이사. 가정법원 조정위원. 한국문학 편집장 역임. 시집으로 《떠돌이 별》,《사랑굿 1》,《사랑굿 2》,《사랑굿 3》,《세상살이》 등이 있으며, 소설가 조정래 작가와 부부 사이다. 월간 한국문학 편집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