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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초혜 시인 / 사랑굿 112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3. 15.

김초혜 시인 / 사랑굿 112

 

 

그대를

이기는 일은

평온함으로

돌아가는 일

견딜 수 없음을

견디는 일

참다운 크기로

그대를

볼 때까지

고쳐 일어서며

병(病)으로

나를

지탱하는 일

새로

태어나는

아침을 기다리며

아직도

울 수 있는 것을

마음의

기쁨으로 여기는 일.

 

사랑굿 3, 한국문학사, 1988

 

 


 

 

김초혜 시인 / 사랑굿 118

 

 

가을빛 속에

가득한

그대 목소리

설움으로

엉기어

멀어져 가네

 

괴로움도

기쁨도

그리움만 자라게 해

아픈 마음

세상에

들키고 말았어라

 

모든 걸

또 감추고

눈감고 서도

그대를

벗지 못해

아득하여라.

 

사랑굿 3, 한국문학사, 1988

 

 


 

 

김초혜 시인 / 사랑굿 126

 

 

그대는

죽음을 몰아왔고

죽음은 행방불명이 된

자아를

살아나게 하였네

 

마침내

그대는

솟아오르게 나를

불꽃으로 얼게해

비밀의

눈물이 되게 하였네

 

나보다

더한 것은

나를 버리고도

충만하면

그대는 온전한 기쁨이었네.

 

사랑굿3, 한국문학사, 1986

 

 


 

 

김초혜 시인 / 어머니  1

 

 

한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어머니, 한국문학, 1988

 

 


 

 

김초혜 시인 / 어머니  4

 

 

겨울 가고

봄은 와도

텅 비인

한나절

 

거친 삼베 옷에

흙덩이 베고

홀로 누운

어머니

 

새 살로 돋아난

무덤의 들꽃

울면 울음이 되고

웃으면 웃음이 되어 주고

 

언 가슴

매어놓고

그곳에서는

봄으로 지내소서

 

어머니, 한국문학, 1988

 

 


 

김초혜 시인 ((金初蕙) 1943 ~ )

소설가 조정래씨의 부인으로 1943년 9월 4일, 서울 출생. 청주여고.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4년 현대문학 '길' 등단. 2008 제20회 정지용문학상. 1985 제18회 한국시인협회상. 1984 제21회 한국문학상 수상. 한국현대시박물관 관장. 한국여류문학회 이사. 가정법원 조정위원. 한국문학 편집장 역임. 시집으로 《떠돌이 별》,《사랑굿 1》,《사랑굿 2》,《사랑굿 3》,《세상살이》 등이 있으며, 소설가 조정래 작가와 부부 사이다. 월간 한국문학 편집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