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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 시인 / 파묻힌 사람
데스밸리 마른 호수 바닥엔 바위 둘이 맨발로 끌린 두 줄 흔적이 있다. 죽은 여자를 업고 남자가 걸었던 두 사람 무게를 실은 발자국 같은.
지구의 외진 곳 바위 사건처럼 발자국들이 몰래 깨어나 지표면을 떠돈다면, 서로 엉켜 교통체증을 일으킨다면. 너를 만나러 갔다가 칼로 저미던 마음으로 딛던 발자국도 깨어나 뉴욕의 하늘, 서울의 하늘에 초끈처럼 움직이고 있다면. 지구는 발자국들을 떠안고 돌고 있는 거다. 발자국 범람, 그 파동은 각기 다를지도 몰라.
너의 진동이 내 밤을 건드리면 나는 분홍구두를 찾아 신고 계단을 내려갈지도 모를 일. 무작정은 잠 속에도 무작정이어서 자면서 발을 떨겠지.
발자국 체증을 쓸어버려야 할 때 소나기가 퍼붓겠지. 꽃잎 떠가고, 너 나의 울음 발자국도 떠내려가면 기억은 기억을 말갛게 지울까?
마음 바닥에 불가항력 끌려진 자국은 남을 거야. 두 줄 바위가 끌린 선명한 자국처럼. 어떤 빗줄기에도 씻겨지지 않아서.
죄 하나 녹이지 못하는 기적.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돌다 저버리는 꽃일 뿐이지. 상처받은 꽃이 다시 피는 기적을 보고 싶다. 흔적을 오래 바라보면 흔적에는 파묻힌 사람이 있는 것 같아. 더 오래 응시하면 그는 꺼내주길 기다리는 나였다가, 너였다가, 모두의 얼굴로 바뀌고 있어.
계간 『모:든 시』 2019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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