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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경 시인 / 신인상
가는 길과 되돌아오는 길은 다르다
홍옥은 여름 사과가 아니라서 담장 너머는 보이는 길이 된다 계속 어둡거나 계속 아프거나 그 세계로 넘어가 본 사람이 없었다 사과나무에는 작년에 서리하다 놓고 간 팔이 걸려 있고 여전히 팔은 자랄 생각을 않는다 늦도록 불빛을 잡아놓은 흔적은 농막 곳곳에 역력했다 1년에 두어 번 출하를 했고 갈망이 강한 사과에만 자신의 이름을 찍어놓는다는데 깜깜한 봉지를 벗었을 때 불빛의 흔적은 없었다 기대하던 이름이 없어 여자는 벌떡 일어나기로 했다 손에는 구멍 뚫린 봉지가 들려있었고 사과 이야기로 시작해 다시 사과 이야기로 넘어가도 사과는 올 기미가 없었다 아오리는 아픔의 종류가 아니라서 사과는 팔에서 열리고 떨어진 사과가 풍등처럼 날아가고 친구의 신인상 트로피를 보며 아직 떨어지지 않은 아오리를 짐작한다 홍옥이 열리지 않아도 괜찮아요 계속 상냥하면 되니까요 계속되는 몸살이었다 틈을 빛으로 메우기 시작했고
사과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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