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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 시인 / 임계장터
정선 너그니재 숨가삐 넘어 섣달 그믐 대목장 보러 임계장터 가려마.
깨보시장수 석현이 주방기구장수 광현이 옷장수 희천이
아직껏 시세 어두워 단가장수 몰려드는 강원도 임계장터 가려마
소란, 낭곡, 북바위, 댓골 너머로 겨울해 설핏 기울어 올해도 고향길 저무는데
팔다 남은 깨보시, 주방기구, 옷보따리 등짐으로 걸머메고 임계장터 가려마.
마음 속 붉은 꽃잎, 창작과비평사, 1990
송기원 시인 / 추운 밤에
꿈꾸네. 밤이면 그들 가장 부드러운 속털을 맞부벼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겨울 짐승 두 마리를 꿈꾸네.
또 꿈꾸네. 밤이면 그들 가장 붉고 뜨거운 혀를 내어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겨울 짐승 두 마리를 꿈꾸네.
그대 언 살이 터져 시가 빛날 때, 실천문학사, 1983
송기원 시인 / 탕자일기(蕩子日記) 1
밤이 오기 전에 내가 눈부신 야수가 되기 전에
황혼의 붉은 물들이 나를 익사시켜 내가 난폭한 구름의 옷을 입기 전에
복수하세요. 나에게 버림받은 그대들은.
눈짓으로 그대를 유혹했으면 눈알을 뽑으세요. 손가락이 그대의 살에 닿았으면 손가락을……. 붉은 심장이 그대를 불렀으면 칼을 들어 심장을 겨누세요.
밤이 오기 전에,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눈부심에 그대들이 눈멀기 전에.
그대 언 살이 터져 시가 빛날 때, 실천문학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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