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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용태 시인 / 경악
누가 물길을 걱정하랴 강을 건넌다는 건 새가 되는 일 바람 타고 인연 타고 날아 오르라 긴 긴 그넷줄 끝에서 하늘을 차고 오르라 산다는 것은 끝없는 경악 가늘디가는 구름다리 위 아스라히 걸린 네 발!
풀어쓰기, 고려원, 1987
민용태 시인 / 나들이
흙을 맛보기 전 삶의 소태맛을 알기 전 한 번쯤 나들이삼아 산(山)으로 가게. 무성하던 여름 잎사귀도 지고 갈비봉에 서리가 올 때쯤이면 그 야단스럽던 덩굴도 가지도 자취를 감추고 때다 버린 땔감이나 검부저기 같은 검불 밑동이 하나쯤 보일 걸세. 바위를 뚫어서 물길을 찾듯이 자네는 그 꽁꽁 얼어붙은 땅을 파헤쳐야 하네. 이윽고 그 속에서 자네는 고독의 그루터기 흙의 뿌리를 발견할 걸세. 그게 바로 칡이라는 거네. 그 맛이 어디 예삿맛인가. 이승에서 보는 저승의 맛. 저승에서 보는 이승의 맛.
풀어쓰기, 고려원,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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