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민용태 시인 / 경악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3. 20.

민용태 시인 / 경악

 

 

누가

물길을 걱정하랴

강을 건넌다는 건

새가 되는 일

바람 타고

인연 타고

날아 오르라

긴 긴 그넷줄 끝에서

하늘을 차고 오르라

산다는 것은 끝없는

경악

가늘디가는 구름다리 위

아스라히 걸린

네 발!

 

풀어쓰기, 고려원, 1987

 

 


 

 

민용태 시인 / 나들이

 

 

흙을 맛보기 전

삶의 소태맛을 알기 전

한 번쯤 나들이삼아 산(山)으로 가게.

무성하던 여름 잎사귀도 지고

갈비봉에 서리가 올 때쯤이면

그 야단스럽던 덩굴도 가지도

자취를 감추고

때다 버린 땔감이나 검부저기 같은

검불 밑동이 하나쯤 보일 걸세.

바위를 뚫어서 물길을 찾듯이

자네는 그 꽁꽁 얼어붙은 땅을 파헤쳐야 하네.

이윽고 그 속에서 자네는

고독의 그루터기

흙의 뿌리를 발견할 걸세.

그게 바로 칡이라는 거네.

그 맛이 어디 예삿맛인가.

이승에서 보는 저승의 맛.

저승에서 보는 이승의 맛.

 

풀어쓰기, 고려원, 1987

 

 


 

민용태(閔鏞泰.1943.∼   ) 시인

전남 화순 출생.  한국외국어대 서반아어과 졸업. 1972년 스페인 마드리드대학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마드리드대학). 1968년 [창작과 비평]에 <밤으로의 작업>외 4편의 시가 추천되어 등단. 1979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1987년 고려대 스페인어과 교수 등을 지내면서 한국서어서문학회 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회장 등을 역임. 1970년 스페인 마차도문학상, 2000년 제7회 충헌문화예술상 문학특별공로상, 2002년 문학아카데미 제정 한국시문학상, 2015년 익재문학상, 2016년 유럽국제한림원 미하이 에미네스쿠가 주는 세계시인상 수상. 2009년 스페인 한림원 종신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