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시인 / 1930년 상해(上海)
겨울날 아침에 입었던 꽈쓰*를 전당잡혀 따빙[大餠]*을 사 먹는 쿠리[苦力]가 있다
알라 뚱시[東西]* 치롱 속에 넝마같이 팔려 버릴 어린 아이가 둘 한 아이가 둘 한 아이가 나를 보고 웃는다
* 꽈스: 중국옷 상의(上衣) ** 따빙[大餠]: 호떡 ** 알라 뚱시[東西]: 넝마장수(알라-외치는 소리. 東西-물건)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구슬
비 온 뒤 솔잎에 맺힌 구슬 따다가 실에다 꿰어 달라 어머니 등에서 떼를 썼소
만지면 스러질 고운 구슬 손가락 거칠어 못 딴데도 엄마 말 안 듣고 떼를 썼소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국민학교 문앞을 지날 때면
국민학교 문앞을 지날 때면 꾀꼬리들이 배워 옮기는 참새소리 번연히 그럴 줄을 알면서도 가슴이 뻐개지는 것 같았다
태극기 날리는 운동장에서 삼천리를 부르는 어린 목소리 나는 머―ㅇ하니 서 있고 눈물만이 눈물만이 솟아오른다
꿈에서라도 이런 꿈을 꾼다면 정녕 기뻐 미칠 터인데 나는 머―ㅇ하니 서 있고 눈물만이 눈물만이 흘러나린다 (1945)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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