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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피천득 시인 / 기다림 1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3. 7.

피천득 시인 / 기다림 1

 

 

밤마다 눈이

나려서 쌓이지요

 

바람이 지나고는

스친 분도 없지요

 

봄이면 봄눈 슬듯

슬고야 말 터이니

 

자욱을 내 달라고

발자욱을 기다려요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기다림 2

 

 

자취 소리에 들은 고개

 

맑은 눈결에 수그러져라

 

걷는 뒤만 우러러 보았느니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꿈 1

 

 

숲새로 흐르는 맑은 시내에

흰 돛 단 작은 배 접어서 띄고

당사실 닻줄을 풀잎에 매고

노래를 부르며 기다렸노라

 

버들잎 늘어진 푸른 강 위에

불어 온 봄바람 뺨을 스칠 때

젊은 꿈 나루에 잠들여 놓고

피리를 불면서 기다렸노라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皮千得. 1910 ~ 2007) 시인

수필가, 시인, 영문학자. 서울 출생. 호는 금아(琴兒). 상해 호강대학교(University of Shanghai) 영문과를 졸업. 1930년 "신동아"에 시 '서정소곡(抒情小曲)'을 발표하여 등단. 간결하고 섬세한 문체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느낀 감정을 순수하고 서정적으로 그려 낸 작품을 많이 창작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수필집 "인연", "금아 문선", 시집에 "서정 시집", "금아 시문선", "산호와 진주" 등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경성중앙산업학원 교사로 근무하였고 광복 이후에는 경성대학 예과교수를 거쳐 1974년까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1954년에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연구하였으며 1963년부터 1968년까지 서울대학교 대학원 주임교수를 지냈다. 1991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1995 제9회 인촌상 (문학부문). 1999 제9회 자랑스런 서울대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