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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피천득 시인 / 달무리 지면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3. 9.

피천득 시인 / 달무리 지면

 

 

달무리 지면

이튿날 아침에 비 온다더니

그 말이 맞아서 비가 왔네

 

눈오는 꿈을 꾸면

이듬해 봄에는 오신다더니

그 말은 안 맞고 꽃이 지네

 

산호와 진주, 일조각, 1969

 

 


 

 

피천득 시인 / 무제(無題)

 

 

설움이 구름같이

피어날 때만

높은 하늘 파란 빛

쳐다봅니다

 

물결같이 심사가

일어날 때면

넓은 바다 푸른 물

바라봅니다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바다

 

 

저 바다 소리 칠 때마다

 

내 가슴이 뛰나니

 

저 파도 들이칠 때마다

 

피가 끓나니

 

아직도 나의 마음

 

바다로 바다로 달음질 치나니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皮千得. 1910 ~ 2007) 시인

수필가, 시인, 영문학자. 서울 출생. 호는 금아(琴兒). 상해 호강대학교(University of Shanghai) 영문과를 졸업. 1930년 "신동아"에 시 '서정소곡(抒情小曲)'을 발표하여 등단. 간결하고 섬세한 문체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느낀 감정을 순수하고 서정적으로 그려 낸 작품을 많이 창작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수필집 "인연", "금아 문선", 시집에 "서정 시집", "금아 시문선", "산호와 진주" 등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경성중앙산업학원 교사로 근무하였고 광복 이후에는 경성대학 예과교수를 거쳐 1974년까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1954년에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연구하였으며 1963년부터 1968년까지 서울대학교 대학원 주임교수를 지냈다. 1991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1995 제9회 인촌상 (문학부문). 1999 제9회 자랑스런 서울대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