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시인 / 생각
아침 햇빛이 창에 들어 여윈 내 손을 비추입니다
문갑에 놓여 있는 당신 사진에 따스한 봄빛이 어리웁니다
오늘도 님이여 나의 사랑은 멀리서 드리는 생각입니다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생명
억압의 울분을 풀 길이 없거든 드높은 창공을 바라보라던 그대여 나는 보았다 사흘 동안 품겼던 달걀 속에서 티끌 같은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실연을 하였거든 통계학을 공부하라던 그대여 나는 보았다
시계의 초침같이 움직거리는 또렷한 또렷한 생명을
살기에 싫증이 나거든 남대문 시장을 가 보라던 그대여 나는 보았다 사흘 동안 품겼던 달걀 속에서 지구의 윤회와 같이 확실한 생(生)의 생(生)의 약동을!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시내
저 내를 따라서 갈려네 흐르는 저 물을 따라서 갈려네
흰 돌 바위틈으로 흐르는 물 푸른 언덕 산기슭으로 가는 내
내 저 내를 따라서 갈려네 흐르는 저 물을 따라서 갈려네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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