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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피천득 시인 / 아가의 기쁨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3. 11.

피천득 시인 / 아가의 기쁨

 

 

엄마가 아가 버리고 달아나면 어쩌느냐고

시집가는 색시보다 더 고운 뺨을

젖 만지던 손으로 만져 봤어요

 

엄마는 아가 버리고 아무 데도 못가겠다고

종알대는 작은 입을 맞춰 주면서

세 번이나 고개를 흔들었어요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아가의 꿈

 

 

은 투구 은 갑옷

흰 말을 타고

달밤에 산길을

달리는 장사

 

타버덕 타버덕

언덕을 넘고

타버덕 타버덕

냇물을 넘고

 

달밤에 산길을

달리는 장사

은 투구 은 갑옷

흰 말을 타고

 

타버덕 타버덕

숲 속을 지나

타버덕 타버덕

마을을 지나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아가의 슬픔

 

 

엄마!

엄마가 나를 나 놓고

왜 자꾸 성화멕힌다 그러나?

 

엄마!

나는 놀고만 싶은데

무엇하러 어서 크라나?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皮千得. 1910 ~ 2007) 시인

수필가, 시인, 영문학자. 서울 출생. 호는 금아(琴兒). 상해 호강대학교(University of Shanghai) 영문과를 졸업. 1930년 "신동아"에 시 '서정소곡(抒情小曲)'을 발표하여 등단. 간결하고 섬세한 문체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느낀 감정을 순수하고 서정적으로 그려 낸 작품을 많이 창작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수필집 "인연", "금아 문선", 시집에 "서정 시집", "금아 시문선", "산호와 진주" 등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경성중앙산업학원 교사로 근무하였고 광복 이후에는 경성대학 예과교수를 거쳐 1974년까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1954년에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연구하였으며 1963년부터 1968년까지 서울대학교 대학원 주임교수를 지냈다. 1991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1995 제9회 인촌상 (문학부문). 1999 제9회 자랑스런 서울대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