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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피천득 시인 / 아가의 오는 길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3. 12.

피천득 시인 / 아가의 오는 길

 

 

재깔대며 타박타박 걸어오다가

앙감질로 깡충깡충 뛰어오다가

깔깔대며 배틀배틀 쓰러집니다

 

뭉게뭉게 하얀 구름 쳐다보다가

꼬불꼬불 개미 거동 구경하다가

아롱아롱 호랑나비 쫓아갑니다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아침

 

 

아침 일찍 일어나

해 떠 오는 바다를 바라봅니다

 

구름 없는 하늘을 쳐다봅니다

그곳 계실 엄마를 생각합니다

 

제풀대로 자라서

햇볕 속에 웃는 낯 보시옵소서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어떤 아가의 근심

 

 

엄마!

아빠가 살아나면

어떻게 그 무덤 헐고 나올까?

흙 덮고 잔디 덮고 다시 놨는데!

 

엄마!

아빠가 그 이상한 옷을 입고 어떻게 오나?

사람들이 우습다고 놀려 먹겠지!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皮千得. 1910 ~ 2007) 시인

수필가, 시인, 영문학자. 서울 출생. 호는 금아(琴兒). 상해 호강대학교(University of Shanghai) 영문과를 졸업. 1930년 "신동아"에 시 '서정소곡(抒情小曲)'을 발표하여 등단. 간결하고 섬세한 문체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느낀 감정을 순수하고 서정적으로 그려 낸 작품을 많이 창작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수필집 "인연", "금아 문선", 시집에 "서정 시집", "금아 시문선", "산호와 진주" 등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경성중앙산업학원 교사로 근무하였고 광복 이후에는 경성대학 예과교수를 거쳐 1974년까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1954년에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연구하였으며 1963년부터 1968년까지 서울대학교 대학원 주임교수를 지냈다. 1991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1995 제9회 인촌상 (문학부문). 1999 제9회 자랑스런 서울대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