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시인 / 후회
산길이 호젓다고 바래다 준 달 세워 놓고 문 닫기 어렵다거늘 나비같이 비에 젖어 찾아온 그를 잘 가라 한 마디로 보내었느니
피천득 시인 / 축복
나무가 강가에 서 있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일까요
나무가 되어 나란히 서 있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일까요
새들이 하늘을 나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새들이 되어 나란히 나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피천득 시인 / 연가
훗날 잊혀지면 생각하지 아니 하리라 이따금 생각나면 잊으리도 아니하리라 어느날 문득 만나면 잘 사노라 하리라 훗날 잊혀지면 잊은 대로 살리라 이따금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살리라 어느날 문득 만나면 웃으면 지나치리라
피천득 시인 / 잊으시구려
잊으시구려 꽃이 잊혀지는 것 같이 한때 금빛으로 노래하던 불길이 잊혀지듯이 영원히 영원히 잊으시구려 시간은 친절한 친구 그는 우리를 늙게 합니다. 누가 묻거든 잊었다고 예전에 예전에 잊었다고. 꽃과 같이 불과 같이 오래 전에 잊혀진 눈 위의 고요한 발자국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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