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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김소월 시인 / 가막 덤불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3. 16.

김소월 시인 / 가막 덤불

 

 

산에 가시나무

가막덤불은

덤뿔 덤불 산마루로

벋어 올랐소

 

산에는 가려 해도

가지 못하고

바로 말로

집도 있는 내 몸이라오

 

길에는 혼잣몸의

홑옷 자락은

하룻밤 눈물에는

젖기도 했소

 

산에는 가시나무

가막덤불은

덤불덤불 산마루로

벋어 올랐소.

 

 


 

 

김소월 시인 / 동경하는 여인

 

 

너의 붉고 부드러운

그 입술에 보다

너의 아름답고 깨끗한

그 혼에다

나는 뜨거운 키스를......

내 생명의 굳센 운율은

너의 조그마한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김소월 시인 / 등불과 마주 앉았으려면

 

 

적적히

다만 밝은 등불과 마주앉았으려면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울고만 싶습니다,

왜 그런지야 알 사람이 없겠습니다마는,

어두운 밤에 홀로이 누웠으려면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울고만 싶습니다.

왜 그런지야 알 사람도 없겠습니다마는,

탓을 하자면 무엇이라 말할 수는 있겠습니까마는.

 

 


 

 

김소월 시인 / 바람과 봄

 

 

봄에 부는 바람 바람 부는 봄

작은 가지 흔들리는 부는 봄바람

내 가슴 흔들리는 바람 부는 봄

봄이라 바람이라 이 내 몸에는

꽃이라 술盞이라 하며 우노라.

 

 


 

김소월[金素月 1902∼1934] 시인

1902년 평안북도 구성에서 출생. 본명은 정식. 오산 학교 중학부를 거쳐 배재 고보를 졸업하고 도쿄 상대를 중퇴. 당시 오산 학교 교사였던 안서 김억의 지도와 영향아래 시를 쓰기 시작하였으며, 1920년에 「낭인의 봄」, 「그리워」 등을 발표하여 시인이 되었다. 1922년에 「금잔디」, 「엄마야누나야」, 「닭은 꼬꾸요」 등을 '개벽'지에 발표하였으며, 이어 같은 잡지 7월호에 떠나는 님을 진달래로 축복하는 한국 서정시의 기념비적 작품인 「진달래꽃」을 발표하여 크게 각광받았다. 7·5조의 정형률을 바탕으로 한시를 많이 써서 한국의 전통적인 한을 노래한 시인이라고 평가받으며, 짙은 향토성을 전통적인 서정으로 노래하였다. 저서로는 1925년에 그의 유일한 시집인 『진달래꽃』이 매문사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