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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김소월 시인 / 엄숙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3. 17.

김소월 시인 / 엄숙

 

 

나는 혼자 뫼 위에 올랐어라.

솟아 퍼지는 아침 햇빛에

풀잎도 번쩍이며

바람은 속삭여라.

그러나

아아 내 몸의 상처받은 맘이여.

맘은 오히려 저리고 아픔에 고요히 떨려라.

또 다시금 나는 이 한때에

사람에게 있는 엄숙을

모두 느끼면서

 

 


 

 

김소월 시인 /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그림자 같은 벗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쓸데없는 괴로움으로만 보내었겠습니까!

 

오늘은 또다시 당신의 가슴속, 속모를 곳을

울면서 나는 휘저어 버리고 떠납니다 그려.

 

 

허수한 맘, 둘 곳 없는 심사에 쓰라린 가슴은

그것이 사랑, 사랑이던 줄이 아니도 잊힙니다

 

 


 

 

김소월 시인 /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저뭅니다.

 

해가 산마루에 올라와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밝은 아침이라고 할 것입니다.

 

땅이 꺼져도 하늘이 무너져도

내게 두고는 끝까지 모두다 당신 때문에 있습니다.

 

다시는, 나의 이러한 맘뿐은, 때가 되면,

그림자 같이 당신한테로 가오리다.

 

오오, 나의 애인이었던 당신이여.

 

 


 

김소월[金素月 1902∼1934] 시인

1902년 평안북도 구성에서 출생. 본명은 정식. 오산 학교 중학부를 거쳐 배재 고보를 졸업하고 도쿄 상대를 중퇴. 당시 오산 학교 교사였던 안서 김억의 지도와 영향아래 시를 쓰기 시작하였으며, 1920년에 「낭인의 봄」, 「그리워」 등을 발표하여 시인이 되었다. 1922년에 「금잔디」, 「엄마야누나야」, 「닭은 꼬꾸요」 등을 '개벽'지에 발표하였으며, 이어 같은 잡지 7월호에 떠나는 님을 진달래로 축복하는 한국 서정시의 기념비적 작품인 「진달래꽃」을 발표하여 크게 각광받았다. 7·5조의 정형률을 바탕으로 한시를 많이 써서 한국의 전통적인 한을 노래한 시인이라고 평가받으며, 짙은 향토성을 전통적인 서정으로 노래하였다. 저서로는 1925년에 그의 유일한 시집인 『진달래꽃』이 매문사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