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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아 시인 / 안개조감도
눈에서 지독한 안개가 흘러나왔다 어두워질 때까지 바다만 본다확대경으로 본 백악기에는 지나온 침묵이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다 부표처럼 떠 있는 등대 집을 지어 본 사람은 안다 도면과 실체 사이에 개입할 수 없는 안개, 언젠가 위험한 짐승처럼 버티고 있는 팻말을 본 적 있다 -여기서부터는 안개구간입니다- 철로 옆에는 간이역사가 쉼표처럼 떠 있다 역무원의 붉은 깃발이 구름을 흔든다 잘려진 건널목에 잠시 노을이 출렁한다
최승아 시인 / 부분일식
아주 잠시 네가 다녀갔다
그림자 밖에서 떠돌던 행성들이 서로 등을 돌린다
포개질수록 깊어지는 은하, 를 스치며 우리는 서로의 눈빛을 가린다
빠져나올 수 없는 간극이 오래 캄캄하다
최승아 시인 / 한밤의 알리바이
24시편의점, 여점원이 사라졌네 자정 밖을 서성이는 눈부신 알몸 하나를 보았네 냉장고 뒤로 밀려나는 은밀한 사랑, 감시카메라를 빠져나온 달이 바닥을 나뒹구네 폭설은 침묵으로 덮여있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육교 난간에 철학관입간판이 부르르 떨고 있네 계단으로 내려가는 출구는 오랫동안 보이지않네 전조등 흐릿한 자동차가 전속력으로 사라졌네 저 터널을 빠져나오려면 또 한 계절이 지나야했네 스피커에서는 비루한 노래가 흘러나왔네 지난밤 분리하지 못한 검은 비닐봉지에서 불길한 소문이 새 나왔네 목이 긴 여자들의 수다가 눈에 취한 사내를 꽁꽁 묶고있네 불빛은 흩어진 달을 줍고있네
2012년 《시와 사상》 신인상 등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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