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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옥 시인 / 앵무새
지난여름을 베끼며 매미가 운다 다르게 우는 법을 알지 못한 자책으로 올해도 통곡 한다
속옷까지 벗어야 너를 뒤 집어 쓸 수 있지 냉소적으로 웃는 침대는 뾰족한 부리를 닮은 침대를 낳고, 낳는데
저녁은 간혹 버려진 유령의 흉내를 낸다
이 축축한 혓바닥이 닳아 없어져야 똑같은 문장이 사라지겠지
수십 년 전에 죽은 할머니와 엄마들을 갈아입고 언니들이 태어난다
시집 『오렌지는 슬픔이 아니고』(파란. 2019) 중에서
채수옥 시인 / 닥터, 일병
오른쪽은 변명으로 기우는 거울. 왼쪽은 하소연으로 흩어지는 안개. 흘러내리는 얼굴을 움켜쥐고 라이언 일병들은 건너편 초록 병사들과 연합전선을 이룬다
반복과 어긋남 비틀거리는 대화 속에서 나를 꺼내 줘
바닥이 일어서서 벽이 되고 다시 바닥으로 돌아갈 때까지, 먼 곳의 애인들이 떠나고 돌아올 때까지, 현기증이 되고 소설이 되고 전쟁의 역사가 되어,
퇴로가 막힐 때쯤
-이모 여기 소주 일병 추가요-
군기 바짝 든 일병은 혈관 깊숙이 파도를 접어 넣는다. 포탄이 쏟아지는 모래 언덕을 주사 하고, 잇몸 사이에서 곪아가는 엄마를 뽑아낸다. 엄마가 썩고 있던 자리에 피가 고인다.
입 속에서 울렁거리는 파도와 허물어지는 모래언덕을 물고 라이언 일병들이 구토를 건너가는 동안
허공이 깨지는 소리가 난다
소주 일병이 날고 있다 어둠을 돌파하고 있다
시집 『오렌지는 슬픔이 아니고』(파란. 201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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