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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희 시인 / 눈사람
골목도 녹고 집도 녹아 눈사람의 행방 알 길 없다 어디에 떨어트렸나 눈, 코, 입 나를 키운 건 알고 보니 지지리 가난한 자본이었고 나를 버린 것은 한 달 치의 월급이네
만원을 쓰면 구만 원이 무너져 내리고 십만 원을 쓰면 구십 만원이 녹아내리는 손톱과 발톱도 없는 쓸개도 없는 희디흰 머릿속
오늘은 양복을 입고 사람이 돼야겠어
자본이라는 형상은 대부분 녹는 쇳물로 이루어졌지 황급히, 다급히, 기어이, 녹아도 아무것도 되지 못하는 눈사람의 일생
변형들이 한 세기를 끌고 가네 빈곤을 녹여 다시 자본의 자물쇠를 만들지 추운 날씨에만 존재하는 항쟁이나 봉기나 그런 곳에서는 녹지 않지 여전히 강철 같은 형상으로
계간 『시와 세계』 2019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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