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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시인 / 황새 가위
엇갈리며 걷던 걸음을 모아 첫, 아이를 낳았다
머리맡을 수문의 방향으로 정하고 물을 떠 놓는다 흘러서 넘치는 물소리는 축축한 눈물이다
나뭇잎을 띄워놓고 물로 흘러가는 나를 바라보는 이역
헛구역질하는 발칸반도 숲으로 황새가 물고 오는 아이 고개를 들면 물소리 너머의 숨소리
다리를 잡을까 날개를 잡을까
노트르담 성당 지하 우물에서 세상에 태어나기만을 기다리는 아이들, 황새들은 이 우물에 들러 아기들의 영혼을 데리고 날아가 부모에게 전해준다는데
바느질함에 누워 두루뭉술한 부리에 씨앗을 하나 물고 물처럼 공기처럼 스며든다
홈질로 촘촘히 예쁜 주머니를 붙여 인형을 물고 엇갈리는 황새걸음으로 사라지고 있다
계간 『열린시학』 2019년 겨울호 발표
정선희 시인 / 인싸, 여전하다
18번이 뭐예요? 노래 스타일 보면 그 사람 성격이 나오지, 요즘은 트로트를 불러야 인싸가 된다 하는데, 나는 노래방에서 박수나 치는 사람, 북한강에서 이름 모를 소녀를 부르다가 장송곡 부른다고 퉁이나 맞는 사람, 친구들도 나이 드니까, 트로트가 좋다면서, 간드러지게 꺾기와 바이브레이션으로 봄밤을 걸어가는데, 꺾이지 않은 사람은 모르지, 흔들려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것, 트로트는 붉어진 눈빛으로 흐느적거리며 불러야 제 맛, 네가 구름맛을 알아? 나는 어린애 취급을 당하고, 여전히 착 달라붙지 않는 트로트, 불빛 아래에서 빛나는 반짝이 옷 같은 트로트, 한 곡 정도는, 한 번 정도는 꺾일 줄도 알아야지, 밤이 되면 다짐을 하고 낮이 되면 잊게 되는, 아직도 밤을 몰라 인싸가 되지 못하는,
계간 『열린시학』 2019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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