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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시인 / 늙은 밭
늙은 밭에도 잡풀은 자란다 절반은 자갈이 들어 박혀 수명 다해가는 거친 밭에도 돌 사이를 비집고 잡풀이 자란다
이렇게 천둥이 치고 치는 밤 늙은 여자의 밭에도 이름도 없는 바다의 해일이 쳐 들어 와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잡풀이 온 몸을 덮어 회초리로 쳐도 죽지 않는 잡풀이 살 속을 흔들어 다만 누워 고요라도 암벽 타듯 끌어안아 라 한다
어쩌다가는 눈에 익은 배롱나무 한그루 무슨 인연으로 천둥 낙뢰를 혼자 맞으며 방에서 새어 나간 마음 한줄기 밤새 누가 울었는지 모르게 소나기 없었던 마당이 젖어 있다
다만 누워 어둠을 꼬아 사슬처럼 온 몸에 두르니 누군가 이리떼처럼 운다 바스라지듯 운다 얼마나 단단한 심장인가 하늘이 내려와 땅을 덥고 땅이 솟구쳐 하늘을 껴안는
늙은 밭에는 홀로 울음을 달래는 산 그림자가 산다.
격월간 『시와 표현』 2019년 3~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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