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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시인 / 돌탑
노을의 혀가 차오르는 강물에게 건네는 말 차곡차곡 씹어 올리다 보면 돌탑이 된다
닳아 가는 말 알아들어 포개어지는 말 알아들어 한 권의 시집을 엮을 수 있다면 내 입술은 너의 바닥을 제대로 읽었다 말할 수 있으리
너로부터 닫혀 있는 나, 나로부터 닫혀 있는 너 노을 서성이는 강가에서 서로의 등에 얽힌 사연을 들춰 어떤 돌은 너를 닮았다고 어떤 돌은 나를 닮았다고
흘러서 또 어디로 떠나는 물에게 중얼거림을 하나 더 보탠다
아래위 구분되지 않는 탑을 우리는 그렇게 무던히 쌓기도 하고 하염없이 허물기도 하는 거였다
김건희 시인 / 물총새를 날리다
방금 눈을 뜬 어린 물총새가 갸웃갸웃 수초는 밀가루 뒤집어쓰고 소낙비에 젖어 철없이 첨벙거리던 발목으로 새알 수제비인 듯 비벼졌다
보글보글한 생각들을 강둑에 내려놓는다
이끼 젖은 바위는 아직도 잠결 머리 안쪽에서 물총새를 꺼낼 때 번개처럼 생각의 물살은 어슷썰기를 할까, 채썰기를 할까 칼등의 무거움도 아래로 흐른다
눈대중으로 크기를 재어보는 거긴 주방 저울 눈금이 이리저리 흔드는 강
금을 밟은 물안개 뒤에서 기웃거리는 햇살이 물총새를 내 모습으로 볼 때 꺼내온 묵상들로 아침상 차리는 그녀 흘러든 하구는 둥글게 끓는 밥솥이다
흔들자, 푸시시 푸시시 떠나는 군단 이팝나무 꽃자리도 불안한 침묵에 안개는 어떤 발소리도 들려주지 않았다
막사발에 뜸 들여 퍼 올린 쌀밥이 조리사의 하얀 가운을 자꾸 빌려 달라 조르자 냅다, 미끄덩한 껍질의 후미를 던진다
떠나는 물총새는 소실점을 저 혼자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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