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동 시인 / 삶의 든든함을 느끼는 때
가사 총알 한 방이 지금 내 머리를 꿰어뚫는다 하자― 그로 인하여 나의 피와 숨결이 과연 끊어질 것인가.
끊어질 것이면 끊어지라 하자, 아아 그러나 나의 이 위대(偉大)한 생명(生命)의 굳세인 힘과 신비로운 조직(組織)이야 어이 총알 한 방에 해체(解體)될 것인가.
조선의 맥박, 문예공론사, 1932
양주동 시인 / 삶의 하염없음을 느끼는 때
벗이여, 보라, 어린애의 철없는 장난과 웃음― 그 어느 것이 장차 크려는 힘의, 완성되려는 노력의 나타남이 아니뇨.
벗이여, 다시 늙은이의 쇠잔한 살빛과 얼굴을 보라, 얼마나 많은, 얼마나 험한 인생의 물결이 그의 이마 위에, 뺨 위에 새겨 있나뇨.
아아 그러나 내 어린이를 볼 때마다, 뒷날 사람의 하염없음을 알까 저어하노니, 내 차라리 늙은이에게, `삶'의 험한 바다 지나온 그 기쁨 그 위로 있음을 못내 부러워 하노라.
어린애는 어린앤지라, 저도 모르는 기쁨이 있고, 늙은이는 늙은이라, 남모를 위로도 있으려니, 아아 벗이여, 그대와 나, 젊고도 괴로운 우리의 이 젊은 날 권태와 설움을 어이하리오.
조선의 맥박, 문예공론사, 1932
양주동 시인 / 어머님 은혜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어려선 안고 업고 얼러 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사 그릇될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 땅 위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님의 정성은 그지 없어라.
조선의 맥박, 문예공론사,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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