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시인 / 작은 기억
벽 위에 그림자는 그림 속에 애인들과도 같았다
둘의 머리칼은 스칠 듯하다가도 스치지는 않았다
이따금 숨결이 합할 때마다 불꽃이 나부꼈다
촛불을 들여다보며 새우던 밤 창 밖에는 눈이 나렸다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팔월십오일(八月十五日)
정말 시인(詩人)이라면 지금이야 시를 쓸텐데 사흘동안 어쩔 줄을 모르고 거리를 헤매었소
정말 시인(詩人)이라면 지금이야 시를 쓸텐데 사흘 밤을 잠을 못 들고 뒤채기만 하였소
그러나 시인(詩人)이 아니라도 고만이요 아무 것도 아니라도 좋소 나는 사람이 되었소 자유(自由)의 인민(人民)이 되었소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편지
오늘도 강물에 띄웠어요
쓰기는 했건만 부칠 곳 없어
흐르는 물 위에 던졌어요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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