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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영 시인 / 푸른 셔츠
당신의 셔츠가 참 푸르다 생각하며 그 생각에 오래 머물다 보니 입이 마르고 그만 셔츠에 손을 담그고 싶어져
가본 적 없는 바닷가와 그곳을 떠도는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등지려는 뒷모습들과
셔츠의 단추는 금세 날아가 버릴 듯 새하얗고
당신은 단추를 다 채우는 사람, 자두를 한입 베어물고도 소매를 걷지 않는 사람, 반듯한 깃 아래가 맑게 차오른 사람, 깃 끝 채워진 아주 작은 단추를 만지작거리는 사람, 구김살 없이 감춰진 셔츠 끝단을 바지 위로 더듬는 사람, 당신은 어젯밤 머리맡에 한 컵 따라 놓은 물처럼
미지근한 셔츠에 팔을 서둘러 넣고는 푸른 소매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것들을 오래 생각하다 그만 발밑에 컵을 엎지르고 발이 젖어 젖은 발로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서면
가본 적 없는 바닷가와 그곳을 누르는 둥근 자갈들과
그 자갈 위를 영원히 뒹구는
내 손아귀에서 자두 씨가 말라가고
그 물기에 손바닥이 잠시 푸르러지는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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