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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희지 시인 / 내부객(客)들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15.

송희지 시인 / 내부객(客)들

 

 

철수 씨의 시체를 모두가 보았다

 

일요일이었다

 

초여름은 적당히 무더웠고 장미가 피었다

 

블루베리 하드 아이스크림 문 꼬마들 인도를 달려 나갔다

 

소리가 너무 많았다

 

플라네타륨처럼 하늘이 거기에 있었다

 

아담은 대치동 학원에서 주말마다

시인이 되는 법을 배웠습니다

백 명의 선생 걷어차기

감기약 코로 마시기

오렌지에 태엽 넣고 돌리기

 

오렌지는 오렌지인 오렌지와 오렌지가 아닌 오렌지로 나뉜다는 것을

 

배우며, 아담은

창작자이자 창작물의 태도로

아담이 아닌 아담에게

불붙인 담배 한 개비 건넸습니다

 

친구, 너를 Adam이나 אדם이라고 부르면

네 불투명해서 불우한

피부가 휘발될 수

있을까? 우리는

애인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두 명이다

나는 무수하다

 

우리가 제 4의 벽을 부순다

 

한 덩이의 시인으로서

대치동 시 창작 클래스 삼개월 수강생 아담은

아담이 아닌 아담을 끌어

안았다 물에서부터

땅을 거쳐

배우지 못한 감각 있었다

 

세계의 공동(空洞)은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퍽퍽

 

언젠가

이 포옹이

끝나면, 작동이 멈추면

나는

다중적인 손을 펼쳐

반대 손과 마주 잡는가

파란 방안에 웅크려 별을 헤는가

 

겹쳐진 아담들의 그림자가

투명한 오줌 방울방울 떨어뜨렸다

 

이 모든 일과는 별개로

 

3초마다 사람이 죽었다

 

일요일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애들이 뻑뻑 담배 피웠다

 

파란 머리 커플이 <로미오와 줄리엣> 봤다

 

나들이 태어났다

 

너무 많았다

 

파라솔처럼 하늘이 거기에 있어

 

철수 씨와 아담과 Adam과 나(我)가

 

같은 그림자를 썼다

 

생일과 기일을 애도하는 것으로

 

밤마다 아담은 아담으로써 썼다

 

세계가 아닌 세계에서

 

빌려오려고

 

* <A Clockwork Orange>, Anthony Burgess

** 다음은 아담이 대치동 학원 ‘시 창작 입문반 클래스’ 합평 시간 때 처음으로 발표했던 시 <아담>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위의 내용을 무한히 반복하는 것으로 <아담>은 끝을 맺는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송희지 시인

2019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