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유니 시인 / 모슬린 잠옷 바람으로
불이 꺼진다
모슬린 잠옷을 입은 채로 모슬린 잠옷 때문에 이유도 없이 이유를 따지기도 전에 외등이 꺼진다
어둠 속에서 까닭모를 망상 펼치는 우산들 천정에 떠 다닌다
무한히 퍼져나가는 밤과 밤의 늘어나는 마침표들 무채색 홀씨들이 펼쳐놓는 무질서한 색상환(環)
카멜레온의 심장을 닮은 불면의 꼬리 긴 밤이 모슬린 잠옷에 새겨진 꽃무늬로 까멜리아 꽃봉오리 불러낼 듯
좁은 환기구로 침투하는 킬힐소리 노랗게 어제의 내가 오늘의 밤길로 걸어온다
동백꽃 화분은 아직 꽃을 피우지 않고
젖은 버섯우산을 쓰고 볏을 세우며 갈팡질팡하는 수탉들 찌걱이는 괘종시계 사이에 끼어 뾰쪽한 알을 낳는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규원 시인 / 호수와 나무 외 4편 (0) | 2020.05.16 |
|---|---|
| 최은진 시인 / 애인을 씹다 (0) | 2020.05.15 |
| 송희지 시인 / 내부객(客)들 (0) | 2020.05.15 |
| 이리영 시인 / 푸른 셔츠 (0) | 2020.05.15 |
| 김건희 시인 / 도마를 연주하다 외 1편 (0) | 2020.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