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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시인 / 쪽방의 여름
창문 없는 집에 산다지요, 바람 한점 기웃대지 못하는 방 선풍기는 제 목을 비틀며 돌아가고 뜨거운 바람에 쪼글쪼글 덧없는 시간 말리면서 하루하루 버틴다지요, 슬레이트 골마다 녹아 흐르는 불볕에 데지 않으려면 가슴 불부터 다스려야 한다고 무겁고 서늘한 한숨 속마음 지그시 눌러놓지요, 죄 없어도 돈이 없으면 떨어지게 되는 팔열지옥(八熱地獄), 그래도 한 쪽 남은 거처인데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고 얼굴 눈물자국 따라 선명한 균열
당신들은 지금 평등한 온도 속에 산다고 생각하세요?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가을호
길상호 시인 / 새빨간 거짓말
보험 해약 환급금 몇 푼으로 사온 오천 원짜리 수박 한 통 (꿀처럼 단 꿀수박) 당신들 소중한 가족으로 남기에는 턱없이 가파른 생활, 기어오르던 생각의 넝쿨 끊어내고 건네받은 수박 한 통 (설탕보다 단 설탕수박) 줄무늬도 선명하고 통통통 소리도 경쾌한 게 칼이 닿기도 전에 쪼개질 걸요 묵직한 게 가벼운 지갑 잠시 눌러주던 수박, 다시 한번 팔 힘줄 불끈 서게 하던 수박, 그런데 허허, 칼이 들어가지 않는다, 빨갛게 잘 익었을 거라는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당신들의 울타리에서 쫓겨나 머리통만 두드리게 되는 저녁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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