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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노승은 시인 / 명랑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18.

노승은 시인 / 명랑

 

 

어떤 시간들은 없겠습니까

눈은 첫눈을 건너뛰고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서 헤어진 애인도 없이

눈이 내리든

노란은행잎이 쌓이든

4월의 살구나무 밤이 찾아오든

아무 상관없는 내가 지나간다

 

누군가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본 기억

슬며시 손깍지가 풀리던 기억

당신을 오래도록 만지던 기억

 

나의 불우가 당신에게 옮겨가지 않기를

 

그때 나는 지나치는 정류장이었고

정확한 방향을 알지 못했다

 

한 발이 어디에 있든

다른 한 발은 반드시 땅을 딛고 있을 것

 

나의 청춘은 비껴가는 눈이었으나

명랑하였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노승은 시인

서울에서 출생, 2005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나는 구부정한 숫자예요』(서정시학, 2019)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