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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연홍 시인 / 1234567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18.

정연홍 시인 / 1234567

 

 

아라비아 숫자이다

화려한 그래픽과 텍스트의 복잡한 사상도

숫자로 정의할 수 있다

나는 수시로

.ZIP 파일로 압축되어 광케이블을 타고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간다

엔터만이 보낼 수 있다

성명나이직업

누군가의 손으로 흘러들어 간다

 

나는 주인공이다

무대는 지구

아파트를 나서면 레이저 조명이

주차장을 빠져나가면 두 번째 조명이

비행기에서 내리면 세 번째 조명이

나를 조명한다

 

슈퍼 스타

아이돌보다 조명빨이 세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새로운 화각이, 새로운 눈이 나를 담아간다

 

파놉티콘의 눈

지구의 원형감옥에 카메라 앵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1234567

이것이 나이고

 

업그레이드되어

지구 반대편에서 다시 태어난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정연홍 시인

충무에서 출생. 198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05년 《시와 시학》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으로 『세상을 박음질하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