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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자 시인 / 청춘
파랗게 쓰지 못해도 나는 늘 안녕하다 안녕 직전까지 달콤하게 여전히 눈과 귀가 돋아나고 누군가를 오래오래 사랑한 시인으로 안녕하다 이것 저것 다 지나간 재투성이 언어도 안녕하다
삼각지에서 6호선 갈아타고 고대병원 가는 길 옆자리 청년은 보르헤스의 『모래의 책』을 읽고 있었다 눈을 감아도 청년이 파랗게 보였다 연두넝쿨처럼 홀쩍 웃자란 청춘 우린 나란히 앉았지만 피아노 하얀 건반 두 옥타브나 건너 뛴다 난삽한 청춘의 형식이 싸락눈처럼 펄럭이며 나를 지나 가는 중이다
안녕 속은 하얗다 난 가만히 있는데 다들 모르겠지
한 부분에 정신 없이 늘어나는 눈물 구르지 않고 사는 혀 아무도 엿보지 않는데 그렇게나 많이 나를 증명할 필요가 있나
가방 속에 읽다 만 들뢰즈의 <천의 고원>을 꺼내 나도 읽고 싶었지만 그냥 있었다 모두들 나를 두고 그냥 내렸다 청년도 나를 잊고 그냥 내렸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설마, 하던 청춘이 일어나서 나를 열고 그냥 나갔다 고대 앞에서 들뢰즈를 들고 내릴 때 사람들이 하얀색으로 흔들리는 내 등을 보고 있었다
계간 『문학청춘』 2014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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