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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리 시인 / 로프노르湖*를 찾아서
죽은 호수가 사막을 쏘다녀요, 바짝 탄 숨구멍에서 조곡 같은 모래바람이 태어나요 짜고 슬픈, 유적인 나의 호숫가
흐르고 있는 것들은 이승에 잠시 풀어놓은, 계절풍이지.
당신이 훅, 앞가슴을 들춰보였을 때 까닭없이 매운 고독에 마음을 눌러놓지 말아야했어요 갈라터진 기억들을 뱉어내는 일기장 한 번도 따뜻한 피를 수혈 받지 못한 손가락들이 수북하게 찢겨져 새벽녘마다 길 없는 곳으로 쏟아져요
생의 한 복판으로 흘러가지 못한 것들이 광막한 지평 끝에서 늙어갈 때
검은 砂丘에 매몰된 당신, 밤이면 잠속으로 흘러와 밤새 모래알들을 컥컥 뱉어내요 스무 살 통증이 몰려와 등을 쓸어주려 하면 검은 모래폭풍이 바닥 채 쓸어가 버려요 얕아진 바닥이 바닥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만신창이 된 꿈에서 필사적으로 깨어나면 타고 온 막배가 엎지른 호수
당신이, 내 몸 속에 흥건해요
*로프노르湖-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누란왕국과 함께 사라진 호수로 사막을 떠돌아다닌다고 함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가을호 발표
조유리 시인 / 공용터미널 뒷골목엔 염천(炎川)이 흐른다
신탄진 터미널 뒷골목에서 길을 놓쳤다 평상이 있는 담뱃가게 모퉁이를 꺾는 순간 방금 전 누군가 돌아서 나간 골목길이 스멀스멀 물살을 일으킨다 정박할 곳 찾아 두리번거리는 사내의 뱃머리를 집어삼킨다
부러진 갈빗대를 끌고 와 새파란 정적이 될 때까지 물살을 찢고 제 몸을 헹구어 순한 물짐승이 되어서야 돌아눕는 사내
물비늘 촘촘히 박힌 사내의 옆구리엔 흘러간 옛 애인 집 문패가 걸려 있고 천식이 깊은 아내의 후미진 골방이 있고
저 수몰지구 비탈길엔 그 해 가장 깨끗한 첫 서리가 내리기도 했을 것인데
내 몸속에도 마땅히 흘러야 할 곳을 찾지 못해 고여 있는 급수 탱크가 있어 꼭지를 틀면 쏟아지는 뜨거운 폭포줄기가 있어, 가끔은
염천(炎川)이 흐르는 터미널 뒷골목을 쭈뼛거리며 빈 담뱃갑을 구기거나 괜한 구두끈을 고쳐 매기도 하는 것이다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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