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순례 시인 / 처서, 저물녘
과일가게 앞 쌍둥이 유모차가 당도했다
기저귀바람 사내아기는 유모차 손잡이에 닿을까 말까한 다리 꼼지락거리며 손가락을 빨다가 사방 휘 둘러보다가 웃는 듯 찡그리는 듯
아래칸 누이는 고갤 접고 곤히 잠들어 있다 간혹 아우가 몸을 흔들 때마다 입술 달싹이며 깰 듯 말 듯
한여름을 건너온 과육이 저 쥐방울만 한 아가들의 젖내에 맥을 못 춘다 찬거리 사러 나온 잠자리 꽁지 붉히며 날아든다 붓기 채 가시지 않은 새댁은 잇몸을 드러내며 웃는다 아가들의 눈빛 하나에,
수런거리는 골목길 다디달게 불어오는 바람!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겨울호 발표
함순례 시인 / 님
일곱 살에 겨우 한글을 깨친 아이는 ‘선생님’을 통글자로 알고 있었죠 어느 날 만화영화를 보다가 선생! 하는 소리에 귀가 번쩍 띄었다는데요 다음날 어린이집에 도착하자마자 선생! 하고 크게 불렀다가 호된 꾸중을 듣고는 어안이 벙벙했어요 아이는 선생님을 열번 복창하며 눈물 흘렸습니다 그때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는 손길…, 참으로 무서운 님이 통째 물길을 내는 순간이었습니다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겨울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강기원 시인 / 책 읽는 남자 외 1편 (0) | 2020.05.20 |
|---|---|
| 김종미 시인 / 매화꽃나무 아래 매화꽃 외 1편 (0) | 2020.05.20 |
| 이하석 시인 / 나른한 현장 외 1편 (0) | 2020.05.20 |
| 박덕규 시인 / 비 오는 날 외 2편 (0) | 2020.05.20 |
| 조태일 시인 / 숲과 환(幻) 외 3편 (0) | 2020.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