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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미 시인 / 매화꽃나무 아래 매화꽃
매화꽃나무 아래 여인 하나가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눈다 매화꽃나무 밑둥치에 뽀얀 매화꽃 피었다 아찔한 매화꽃향기를 질펀하게 덮어가는 뜨겁고 습한 향기 중년이다 생살을 찢어대는 것이 꽃피는 것 아니더냐 이 추위에 덜컥덜컥 꽃을 피워대는 철없는 이것들아 너무 일찍 가랑이를 찢어 나의 청춘은 시퍼런 열매를 매단 채 시퍼런 잎사귀에 가려진 아우성이었다 여인의 스카프는 조잡한 삶의 무늬를 감추고 세차게 펄럭인다 끌끌끌 몇 번이나 혀를 차듯 매화나무 밑둥치를 치는 초승달 엉덩이가 부풀어 오른다 매화꽃 살 냄새를 풍기던 그 얼굴은 가물거리지만 아무렴 두 손 털어버린 중년은 다시 시작하는 청춘이라고 여인하나가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걷어 올린다 바람 한 대가 끼익 브레이크를 걸고 멈추더니 그녀를 태우고 달린다 스카프의 무늬가 하늘에 확 펼쳐졌다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겨울호 발표
김종미 시인 / 파산
은행 앞 건널목에 죽어 있는 새 한 마리 속없는 놈인가 속 썩은 놈인가 짓이겨진 몸에 터진 내장도 보이지 않는데 날개는 바람의 자식 죽은 자식 젖 물리듯 부드러운 깃털사이로 한사코 가슴을 들이미는 바람이 있어 나는 아랫배에 뜨끈하게 고여 오는 쓸쓸함을 따라 세 번 돌려 붓고 가느니 너는 또 누구의 아비였는지 상냥한 은행에서 무슨 일 있었나 예쁜 목소리로 제로의 잔고를 선고 받았나 하느님은 전화를 안 받으셔서 날개를 접고 뒤뚱뒤뚱 걸어서 건너는 건널목 얼마나 멀었을까 다시는 도착할 수 없다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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