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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원 시인 / 책 읽는 남자
실직은 질식이다 목을 죄던 것들이 어느 날 툭 끊어졌는데 이번엔 보이지 않는 손이 온종일 그의 목을 조인다 보이지 않는 손은 보이는 손보다 더 집요하다 아침마다 단정히 넥타이를 매고 서류가방을 들고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그는 집을 나선다 아침 아홉 시 입실 밤 아홉 시 퇴실 매일 밤 늦는 그의 귀가를 기다리며 아내는 야근수당을 기대하리라 도서관 그 자리엔 언제나 그가 있다 책보다는 창 밖에 멍한 시선 자주 보내는 말쑥하고 창백한 높은 도수 너머의 그가 자주 목덜미를 문지르는 그가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겨울호 발표
강기원 시인 / 뒤집힌 게
이 뻘은 왜 이리 딱딱한 것이냐
내게 눕는다는 건 뒤집어진다는 것 뒤집어진다는 건 끝 없이 발버둥쳐야 한다는 것
편히 한 번 누워보는 단순한 일이 내게는 죽음이다
집게발 높이 들어 허우적거려도 허공은 일으켜줄 손이 없다
껍질 속에 갇힌 수줍은 내가 나의 전부인 듯 눈알을 뽑아 올려도 사방은 벽돌뿐
도시의 뻘에서는 소음과 스모그가 피어오른다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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