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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영배 시인 / 새의 點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21.

신영배 시인 / 새의 點

 

 

  창가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내 눈썹을 밟고 검은 발목들이 지나간다

 

  하늘의 북쪽으로

 

  집을 나오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저녁의 구름들이 내 눈썹 위로 날아든다

 

  하늘의 서쪽에서

 

  검은 빗방울들은

  하늘의 새를 내 눈썹 위까지 끌어내린다

 

  땅에서 죽은 말들은 공중으로 떠오른다

 

  나는 이마에 새를 얹고

  눈썹 아래로 물을 뚝뚝 흘린다

 

  바람이 거꾸로 이마 위를 지나간다

  새가 마르는 동안 얼굴이 방향을 바꾼다

 

  서쪽에서 북쪽으로

  새가 날아가며 죽는다

  내 얼굴이 새를 따라가며 멀어진다

 

  죽은 말들과 공중을 걸어가며

  얼굴 없는 나는

  하늘가 멀리 點 하나를 본다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겨울호 발표

 

 


 

 

신영배 시인 / 기억은 기형이다

 

 

   공중에서 우수수 쏟아지는 머리카락의 밤 수십 개의 귓구멍으로 둘러싸인 머리통 하늘거리는 귓바퀴들 콧수염 속에서 자라는 눈알 등에 촘촘히 박힌 손톱 배꼽에서 빠져나오는 꼬리 비늘의 반대 방향으로 칼날을 넣고 다리를 긁는 손 바다에서 수족관으로 수족관에서 언덕으로 옮겨진 물고기인간 땅에 머리를 박고 두 다리가 붙은 바지를 입고 지퍼를 올렸다내렸다 내 사랑

 

  기억해봐 나무를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겨울호 발표

 

 


 

신영배 시인

1972년 충남 태안에서 출생. 2001년 계간 《포에지》에  〈마른 피〉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기억이동장치』(열림원, 2006)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