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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서봉 시인 / 근하신년
만지지도않았는데벽은자꾸갈라져요 봄은멀었는데갈라진틈마다새순이자랄것만같아 1월의창문에가만히뺨붙여보는당신새해복많이받으세요 아직돌아오지않은사람들이기다리는사람들의머릿속에서 깊이깊이우물파는저녁얼어버린대지지하를흘러 흘러서가는한무리의철도를믿는당신새해복많이받으세요 맑은그림을그리고싶어늘같은색이모자라던소년의 도화지같은하늘이에요서정이눈처럼휘날릴 때 모든여백의중심이던당신새해복많이받으세요 용산지나삼각지너머굴다리밑공업용우지라면을 후후불며함께먹던당신과주문같았던방백들 오래완성되지않던문장들새해복많이받으세요.
당신이제게주신맑시즘엔곰팡이슬었네요 잉곳[鑄塊]같은정신은맑지않네요때로사랑도 병든이념만같아서당신새해복많이받으세요 하얀가운을걸치고총총걸어가던사람들과 화약냄새가득했던형들의귀가와혜화동의이마위를 미끄러지던햇살들새해복많이받으세요 밤새사소한몇건의테러와해일그리고신혼여행 돌아오지않아요총구와그총구를겨누는총구와새벽만두집 착한김처럼위로위로만올라가던영혼새해복많이받으세요 봄과자고싶었는데겨우내조각난햇빛몇편으로 견뎌보는낡은레일의낄낄거림들그낄낄거림의치욕을밟고 기차가돌아와요고르지못한치열건물들사이로 또한해가緘口해요부디새해복많이받으세요.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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