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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천서봉 시인 / 근하신년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21.

천서봉 시인 / 근하신년

 

 

  만지지도않았는데벽은자꾸갈라져요

  봄은멀었는데갈라진틈마다새순이자랄것만같아

  1월의창문에가만히뺨붙여보는당신새해복많이받으세요

  아직돌아오지않은사람들이기다리는사람들의머릿속에서

  깊이깊이우물파는저녁얼어버린대지지하를흘러

  흘러서가는한무리의철도를믿는당신새해복많이받으세요

  맑은그림을그리고싶어늘같은색이모자라던소년의

  도화지같은하늘이에요서정이눈처럼휘날릴 때

  모든여백의중심이던당신새해복많이받으세요

  용산지나삼각지너머굴다리밑공업용우지라면을

  후후불며함께먹던당신과주문같았던방백들

  오래완성되지않던문장들새해복많이받으세요.

 

  당신이제게주신맑시즘엔곰팡이슬었네요

  잉곳[鑄塊]같은정신은맑지않네요때로사랑도

  병든이념만같아서당신새해복많이받으세요

  하얀가운을걸치고총총걸어가던사람들과

  화약냄새가득했던형들의귀가와혜화동의이마위를

  미끄러지던햇살들새해복많이받으세요

  밤새사소한몇건의테러와해일그리고신혼여행

  돌아오지않아요총구와그총구를겨누는총구와새벽만두집

  착한김처럼위로위로만올라가던영혼새해복많이받으세요

  봄과자고싶었는데겨우내조각난햇빛몇편으로

  견뎌보는낡은레일의낄낄거림들그낄낄거림의치욕을밟고

  기차가돌아와요고르지못한치열건물들사이로

  또한해가緘口해요부디새해복많이받으세요.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겨울호 발표

 

 


 

천서봉 시인

2005 《작가세계》 신인상 공모에 시『그리운 습격』,『청동기마상,』,『바람의 목회』,『폭설』,『나무에게 묻다』 5편이 당선되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