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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오영 시인 / 얼룩무늬 고양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22.

권오영 시인 / 얼룩무늬 고양이

 

 

  밤 새 갉아댔던 발톱을 세우고

  무한 속도로 달려들었을 새벽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분해된 조각들을 본다

 

  검붉은 내장의 바닥, 툭, 터지는 흡뜬 눈의,

  펄럭였던가 바닥이 기우뚱, 보자기같이깃발같이

  고양이는 흔들었을까 바닥을 까칠거리는혓바닥을

  갈갈갈 가르릉이 비린내를 찾아 빛났던 눈의,

  밤과 새벽 사이 쓰레기를 뒤지는 발톱들이, 이빨들이,

  제 살 물어뜯고할퀴고핥아먹는 쓰레기의, 쓰레기

 

  얼른 주워담기도 전

  덩어리 하나가 튕겨 나간다

  바퀴의 순식간이 무늬를 남기고 사라진다

 

  넓어지는 무늬, 아직모락모락훈김오르는떡같이

  말랑거리는 무늬, 죽죽늘어지며퍼지며인절미같이

  딱딱해지는 무늬, 떡쌌던보자기같이 넓기도 넓은

 

  내있었던자리는속도다무늬다

  비린내나는쓰레기의쓰레기다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겨울호 발표

 

 


 

 

권오영 시인 / 다리

 

 

  꿈 속에서 걸어 나오면 언제나 춥다

 

  불, 꿈, 꺼져가는   

  연탄난로 속에 들어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네

  색깔과 모양과 크기가 다른

  털옷을 여러 벌 짰는데도

  실 뭉치는 줄어들지 않았네

  눈사람처럼 점점 커지는

  실 뭉치 속에 갇히고 말았네

  내게 맞는 털옷을 떠야지,

  뜨개질을 하는 손놀림이 빨라졌고

  그럴수록 뜨개바늘을 놓치는 일이 많았는데

  코 빠진 옷이면 어때,

  참 따뜻해,

  중얼거리는 순간  

  누군가 미열이 있는

  잠을 벗겨내려 하네

 

  맨발로 오래도록 건넜는데

  털옷을 입혀야 하는데

 

  그러면 얼마나 견뎌야 다시 놓쳤던 뜨개바늘을 찾을 수 있을까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그런 시간 자주

  다리 위를 건너곤 했는데,

  씽씽 굴러가는 바퀴들 사이

  노란 중앙선에 핀

  코스모스처럼 잠은 늘 위태롭다네

  그런 식으로

  잠의 안 쪽은 많은 걸 보여 주었네

  이제 막 마술사의 손에서

  착, 피어나는 장미들처럼

  수백만 송이 계집애들을

  또 보고 말았네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겨울호 발표

 

 


 

권오영 시인

2008년 《시와 반시》에 〈렌트겐의 정원〉 외 4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