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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채원 시인 / 조각 그림 맞추기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22.

정채원 시인 / 조각 그림 맞추기

 

 

  내 오른쪽 어깨가 네 왼쪽 겨드랑이에 들어가

  딱 맞아떨어지던 기억이 있다

 

  너와 나 사이, 막막한 바다 위에

 가라앉지 못하고 떠다니는 것이 있다

  파도와 바람이 휘저으면

  흩어졌다 모이고, 모였다 다시 흩어진다

  그 동안 숱한 생물들이 멸종했다

 

  너는 뜨겁지만 늘 건조하다 모래바람이 인다

  너를 생각하면 나는 쩍 쩍 갈라진다

  느닷없이 내겐 번개가 치고 스콜이 쏟아지기도 한다

 

  집 뒤 무덤가에서 나는

  손잡이가 떨어져나간 푸른 꽃병을 하나 발굴했다

  네가 사는 동네에서도 깨어진 꽃병

  손잡이를 캐내 버린 적이 있다고 들었다

 

  내 기억의 볼록한 해안선이 너의 만곡부에 꼭 들어맞는다

  남아메리카 동부 해안과 아프리카 서부 해안처럼

  2억 년 전에는 하나였던 대륙  

 

웹진 『시인광장』 2009년 봄호 발표

 

 


 

 

정채원 시인 / 라 비 앙 로즈

 

 

  나무 위로 기어오를 덩굴손도 없이

  그저 뱀딸기로 땅 위나 길지라도,

  문둥이 탈바가지를 쓰고

  허튼 춤이나 출지라도,

 

  어쩌다

  너와 나

 

  같은 시간, 같은 별에서

  가시연꽃밭에 쏟아지는 폭우소리

  함께 듣고 있다

 

  애써 날아오르려 푸륵 푸륵

  똥풍뎅이들

  젖은 날개를 터는데

 

웹진 『시인광장』 2009년 봄호 발표

 

 


 

정채원 시인

1951년 서울에서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1996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나의 키로 건너는 강』(시와시학사, 2002)과 『슬픈 갈릴레이의 마을』(민음사, 2008)가 있음.